1따뜻하고 햇살 가득한 아침, 조용한 연못가 키 큰 갈대 사이에 알들이 가득 담긴 둥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미 오리는 갈색 깃털을 부풀리며 참을성 있게 앉아 기다렸습니다.
2그런데 알 중에서 가장 큰 알 하나만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그 알이 쩍 갈라지며 여느 새끼 오리와는 전혀 다른 아기 새가 굴러 나왔습니다. 몸집이 크고 회색빛이었으며, 목은 길게 굽어 있고, 부리는 짙은 색이었습니다. 그 아기 새는 밝은 세상을 향해 진지한 눈을 껌뻑였습니다. "어머나," 어미 오리가 호박색 부리를 기울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그래도 어미 오리는 아기 새를 날개 아래로 살며시 품어 주었습니다.
3연못가에서 다른 새끼 오리들은 초록빛 물 위에서 첨벙이며 이리저리 헤엄쳤습니다. 하지만 회색 아기 새는 달랐습니다. 목을 길게 뻗고, 발로 물을 힘차고 조용하게 저으며 나아갔습니다.
4어느 저녁, 하늘이 주황빛과 황금빛으로 물들 무렵, 아기 새는 작은 날개를 펼치고 연못을 떠났습니다.
5아기 새는 얕은 시냇물을 헤치며 나아가고, 바스락거리는 낙엽 아래에서 잠을 잤습니다. 세상은 드넓었지만, 아기 새는 넓은 물길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6가을이 왔습니다. 나뭇잎이 붉게, 황금빛으로 물들며 작은 배처럼 아기 새 주위로 빙글빙글 떨어졌습니다.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7그러고는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차갑고 고요한 겨울이었습니다. 눈이 습지 위를 덮고, 얼음이 갈대 가장자리를 에워쌌습니다. 아기 새는 바람이 닿지 않는, 오래된 나무뿌리 사이의 아늑한 움푹한 곳을 찾아 몸을 웅크렸습니다.
8어느 아침, 아기 새는 물이 다시 졸졸 흐르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얼음이 녹아 있었습니다. 진흙에서 싱그러운 풀 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마치 누군가 숨겨진 열쇠를 돌린 것처럼, 봄이 하룻밤 사이에 찾아온 것입니다. 아기 새가 날개를 펼쳤더니, 날개는 넓게 펼쳐졌습니다. 목을 뻗었더니, 목은 길고 새하얀 눈처럼 하얗게 빛났습니다.
9아기 새는 물가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물 위에 백조 한 마리가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10아기 새는 그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아기 새는 정확히, 완전히,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아기 새는 날개를 한 번 힘차게 들어 올렸습니다. 공기가 날개를 밀어 주는 느낌이 들었고, 물 위에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작고 빛나는 물결이 일었습니다.
